회사 동료가 올리브영에서 데오도란트를 집어 드는 걸 보고 저도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는 길에 문득 "내가 직접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땀이 거의 안 나는 저로서는 데오도란트를 써본 적도 없었는데, 그게 오히려 이 주제를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해줬습니다.
시중 데오도란트 성분, 직접 들여다보니
저는 데오도란트를 거의 안 쓰는 체질이라 성분표를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직접 알아보면서 알루미늄 화합물(Aluminum Compounds)이라는 성분이 핵심 방취 역할을 한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여기서 알루미늄 화합물이란 땀샘을 일시적으로 물리적으로 막아 발한 자체를 억제하는 성분을 말합니다. 땀이 아예 안 나오게 막는 방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알루미늄 화합물이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언급하며 장기 사용에 주의를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암연구소/ https://www.cancer.gov).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당연히 피부 표면에서만 작용하는 줄 알았는데, 흡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는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졌습니다.
파라벤이나 인공 향료 같은 성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시중 제품은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성분표를 보면 피부 자극 가능성이 있는 성분들이 꽤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 피부에 매일 닿는 물건인데, 이 정도면 한 번쯤 대안을 찾아볼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베이킹소다와 라우르산, 냄새를 잡는 진짜 원리
천연 데오도란트가 효과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원리를 알고 나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땀 자체는 냄새가 없습니다. 냄새의 진짜 원인은 피부 표면의 세균이 땀을 분해하면서 만들어내는 휘발성 지방산(Volatile Fatty Acid)입니다. 여기서 휘발성 지방산이란 세균이 땀 속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할 때 생성되는 물질로, 불쾌한 냄새를 직접적으로 유발하는 화합물입니다. 결국 세균 번식을 막으면 냄새도 막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베이킹소다는 알칼리성으로 산성인 땀을 중화시켜 세균이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코코넛오일에는 라우르산(Lauric Acid)이 함유되어 있는데, 라우르산이란 코코넛오일의 주요 지방산으로 세균의 세포막을 직접 파괴하는 항균 작용을 하는 성분입니다. 단순히 냄새를 덮는 게 아니라 원인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천연 유래 항균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피부 자극이 적은 성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한국소비자원/ https://www.kca.go.kr). 제 경험상 이런 트렌드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성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보입니다.
다만 베이킹소다의 pH 불균형(pH Imbalance) 문제는 실제로 주의해야 합니다. pH 불균형이란 피부의 약산성 환경이 알칼리성 성분에 의해 깨지는 현상으로, 이 상태가 지속되면 피부 장벽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피부가 예민한 분이라면 베이킹소다 양을 줄이거나 콘스타치 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조절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볼 준비, 그리고 현실적인 이야기

인터넷에서 천연 데오도란트 레시피를 찾아보니 어디를 가도 거의 비슷한 구성이었습니다. 코코넛오일, 시어버터, 베이킹소다, 콘스타치가 기본이고 거기에 에센셜오일을 조합하는 방식입니다. 저는 솔직히 롤온 타입, 즉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액상 롤러 형태의 레시피를 찾고 싶었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스틱형과 크림형만 있었고, 두 타입 모두 제가 원하던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스틱형으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레시피 구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코코넛오일 15g — 항균 및 보습 기반
- 비즈왁스 8g — 제형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역할
- 시어버터 5g — 부드러운 사용감 추가
- 베이킹소다 5g — 탈취 및 항균
- 콘스타치 5g — 수분 흡수
- 라벤더·티트리 에센셜오일 각 5방울 — 항균 및 향
만드는 순서는 오일류와 비즈왁스를 70도 이하로 중탕해서 녹인 뒤, 가루 재료를 넣고, 40도 이하로 식으면 에센셜오일을 추가해 용기에 굳히는 방식입니다. 여름철에는 냉장 보관이 필수입니다.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천연 데오도란트로 전환하면 처음 2~4주는 오히려 냄새가 더 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제품의 알루미늄 성분이 빠져나오는 적응 기간이라고 하는데, 직접 써보지 않아서 이게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이 기간을 버티는 게 관건일 것 같습니다. 그 기간을 버텨내야만 그후에 느껴지는 변화를 알 수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직접 만들어보기 전, 레시피를 분석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느낀 경험과 생각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또는 피부과 조언이 아닙니다. 피부 상태에 따라 반응이 다를 수 있으니 소량 테스트 후 사용하시길 권합니다.
곧 여름이 옵니다. 저처럼 땀이 별로 없는 사람도 이번 여름만큼은 직접 만든 데오도란트를 한번 써볼 생각입니다. 만들어서 실제로 써봤을 때 어떤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그때 가서 또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 만든다는 것 자체가 성분을 내가 고른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 그것만으로도 시도해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봅니다.